교육심리학의 성격

교육심리학의 정체성과 정의

교육심리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심리학과 교육학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토의되어왔다. 심리학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교육학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을 완성해 가는 실천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과 교육학의 학문적인 목적과 관심의 차이를 정리해 보면 첫째, 심리학은 인간 행동에 대한 보편적 원리와 법칙을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교육학은 개별 학습자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보편적인 법칙을 확립하고자 하는 심리학은 그 방법에서 정밀성과 경제성을 중요시하지만, 교육학은 정밀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학습자의 행동에 의미가 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변인에 관심을 가지고 생태학적 타당성을 중요시한다. 셋째, 일반적으로 심리학은 가치중립적이고 기술적이지만, 교육학은 가치 지향적이며 처방 적이다. 넷째, 심리학의 이론과 법칙이 주로 통제된 실험실에서 확립된다면 교육학은 예측 불가능한 교실 상황 혹은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기초한다. 일반적인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리학은 인간의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하여 기술하고 설명하며 예측하고자 하는 과학이다. 이와 달리 교육학은 최대의 관심을 실천에 두고 있다. 교육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의 역할은 중요하다.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의사를 전달하고, 상호작용하고, 학습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기본이 되며 학교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연구되는 학습의 원리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교실의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습을 잘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즉, 학습에 관한 심리학의 일반적인 법칙은 학습과 교수의 과정이 상호작용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교수와 학습이 하나의 집단행동으로 이해되고 연구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교육심리학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다. 교육심리학은 이론과 실천 모두 관련된 학문이며, 서로를 이어주는 학문이다. 교육심리학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과 관계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 즉, 교수-학습 과정에 관한 과학적인 이해를 통해 인간을 만들어 가는 교육에 대해 연구를 하는 것이 교육심리학이다. 교육심리학이 심리학의 이론과 법칙을 교육 실제에 적용하는 심리학의 응용 분야인지, 아니면 그 자체의 이론구조를 가진 독립적인 기초학문인지 하는 교육심리학의 성격에 관한 논쟁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가 동의하는 일반적인 견해는 교육심리학이 심리학의 이론이나 방법을 교사가 학교에서 그대로 적용하는 응용학문이 아니라, 그 자체의 이론과 연구주제 연구 방법을 가진 독자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교육심리학은 그 근본 목적이 교육에 대한 이해와 개선이기 때문에 심리학과는 구별된다.라고 규정하였다. 교육심리학을 일반심리학의 응용학문으로 규정하였을 때 제기되는 문제점으로 심리학의 이론 및 연구와 교육적인 적용을 분리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때 심리학의 이론과 연구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대부분의 실험실 연구는 실제 교육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맥락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교육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의 부분적인 지식만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이원론적 구분은 일반심리학의 이론 설정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학습과 측정, 개인차, 발달, 인지 등 많은 분야에서 교육심리학의 연구는 일반심리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교육심리학을 단지 심리학의 응용학문이 아니라 독자적인 이론 체제와 연구 방법을 가진 독립적인 학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는 것이다. 독립적인 학문으로서 교육심리학의 핵심은 교수-학습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개선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심리학은 교육 현장에 내재하는 모든 심리적인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교육심리학은 심리학의 이론과 방법을 적용하고 그 자체의 이론과 방법을 가진 교수-학습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교육심리학의 역할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다양한 학생을 만나고, 수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이들에게 적용할 수업방안과 수업 목표 설정, 학습의 동기화, 학습의 기억과 전이의 강화, 효율적인 학급 운영,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와 같은 지적 측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가치와 태도, 올바른 사회관계의 기술, 자아개념의 형성과 같은 정의적 측면의 교육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일 부딪히고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가 있다. 교실은 교사에게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복잡하고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실행의 장소이다. 한 조서 연구에서는 교사가 하루에 800건의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결정 사항이 있어도 교사는 오로지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해야만 한다. 직관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교사라면 이와 같은 여러 유형의 문제 상황을 잘 해결하고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험이 적은 교사라고 하더라도 학습자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교수-학습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바른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는 교수와 학습, 학급 운영의 이론과 기술에 친숙해져야 한다. 교사는 학습자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며 학습과 동기에 대한 원리를 알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교실 안에서 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유능한 교사라면 발달론, 학습론, 동기이론과 사회심리를 잘 파악하고 교실 안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동기화하고, 학습을 지도하며, 다루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교사는 교실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과 그것이 학생의 학습, 동기, 수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교사는 가르친다는 일에 기술과 창의성을 가지고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지적 기능인이어야 한다. 교육심리학은 교사에게 이러한 교육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효율적인 도구를 마련해 주고, 교육 현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