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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주의 학습이론

20세기 초, 자극과 반응의 관계를 인간의 학습에 적용한 행동주의 이론은 미국을 중심으로 심리학계를 장악했다. 그러나 인지심리학자들이 행동주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사고 과정과 행동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행동주의 이론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경과학, 의료기술, 컴퓨터의 발달은 인간의 뇌와 사고 과정에 대한 신비한 사실들을 밝혀 인지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20세기 중반 행동주의의 영향력은 급속히 떨어졌고 행동주의의 자리를 인지주의가 차지하게 되었다. 인지주의 학습이론의 주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자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인지주의 관점에서 학습자는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능동적으로 지식을 구성한다. 제시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부호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전지식과 연계하여 지식을 능동적으로 구성한다. 둘째 인간의 반응은 사전경험에 따라 다양하다. 학습자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학습 성과를 나타낸다. 셋째 학습은 행동 잠재력의 변화까지 포함한다. 행동주의는 학습을 직접 경험에 근거한 행동의 변화로 정의했다. 변화는 밖으로 표출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지주의는 학습을 직접 경험을 뛰어넘는 행동의 변화 그리고 행동 잠재력의 변화로 정의했다. 변화의 과정이 내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Tolman의 잠재학습

Edward Tolman은 행동주의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연구에서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적 변화도 학습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그는 쥐의 미로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쥐들을 서로 다른 강화 조건을 가진 세 집단으로 나누어 미로학습을 시켰다. 첫 번째 집단의 쥐들은 첫날부터 미로 찾기 학습에 성공할 때마다 강화, 즉 먹이를 받았다. 두 번째 집단의 쥐들은 성공하여도 어떠한 강화를 받지 못했다. 세 번째 집단의 쥐들은 첫날부터 10일째까지는 강화를 받지 못하다가 11일째부터 강화를 받았다. 첫 번째 집단은 실수하는 횟수가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두 번째 집단은 실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이 두 집단의 결과는 행동주의의 강화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 번째 집단은 10일까지 두 번째 집단과 비슷한 실수를 보이다가 11일째부터 실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12일째부터는 첫 번째 집단과 비슷한 정도의 실수를 했다. 이러한 결과는 행동주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행동주의 이론이 옳다면 세 번째 집단의 실수는 11일째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들다 20일째쯤 첫 번째 집단과 비슷한 정도로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세 번째 집단은 12일째에 첫 번째 집단과 비슷한 정도의 실수를 보였다. 따라서 Tolman과 Honzik의 연구는 세 번째 집단의 쥐들이 10일 동안 강화물이 없어도 무언가를 학습했음을 시사한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미로에 대한 지도가 이미 그려져 있었다. Tolman은 이를 인지도라고 했다. 인지도는 환경의 여러 특성과 위치에 관한 정보를 그림 또는 지도와 같이 형태화한 정신적 표상이다. 그의 연구는 또한 눈에 보이는 행동의 변화만이 학습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적 변화도 학습이며 이러한 학습은 강화와 관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Tolman은 이러한 학습을 잠재학습이라고 했다. 그의 연구에서 강화물은 잠재학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행동으로 표현하게 만드는 유인책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Tolman은 학습이란 단순히 자극-반응의 연합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하면 특정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학습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즉, 행동의 목적 지향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의 이론을 목적적 행동주의라고 부른다. 그는 행동주의의 자극-반응의 공식에 유기체를 포함한 자극유기체반응의 공식을 제안하여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유기체의 기대, 목적, 인지도 등이 내부 인지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통찰학습

독일에서 출현한 형태주의는 유기체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능동적으로 구조화하고 조직함으로써 형태를 구성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형태주의 이론가인 Wolfgang Kohler는 행동주의자들의 자극-반응의 연합을 통한 점진적인 반응으로서의 학습을 거부하였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유인원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침팬지의 문제해결 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하였다. 그는 침팬지 우리 안에 바나나를 높이 매달아 놓고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침팬지는 바나나를 따려 해도 손이 닿지 않자 이내 포기한 듯 구석에 가서 앉아 우리 안에 있는 상자들을 한참 쳐다보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서 상자를 쌓고 그 위에 올라가 바나나를 따서 먹었다. 이러한 침팬지의 문제해결은 행동주의 이론의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첫째 행동주의에 따르면 학습은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Kohler의 실험에서 침팬지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갑자기 완전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둘째 행동주의에 따르면 학습은 자극과 반응의 반복적인 연합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침팬지가 여러 개의 상자를 쌓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자를 하나씩 이용할 때마다 강화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Kohler의 실험에서 침팬지는 강화를 받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여러 개의 상자를 조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Kohler는 행동주의 이론만으로는 침팬지를 포함한 고등동물의 인지과정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학습에서의 통찰이론을 제안하였다. 통찰학습은 문제 상황에서 관련 없는 여러 요인이 갑자기 완전한 형태로 재구성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즉 서로 관련 없던 부분의 요소들이 유의미한 전체로 갑자기 파악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결합한다. 이때 학습자는 아하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같은 통찰을 통해 획득된 지식은 다른 상황에 쉽게 전이되며 오랫동안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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