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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주의 학습이론

 

정보처리이론

정보처리이론은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에 기초하여 인간의 인지과정을 밝힌 이론이다. Atkinson과 Shiffrin에 의해 처음 제안된 이 이론에 따르면 컴퓨터가 정보를 입력, 저장, 인출해 내듯 인간도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인출한다. 즉,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우선 감각기억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된다. 이들 중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 정보는 주의와 지각의 과정을 거쳐 작업기억으로 이동한다. 작업기억은 지금 이 순간 활성화된 기억 저장소로서 기억용량과 저장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파지가 필요한 정보는 부호화 과정을 거쳐 용량과 저장기간의 제한이 없는 장기기억에 저장된다. 저장된 정보는 필요에 따라 인출되어 작업기억을 통해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과정은 초인지에 의해 통제 및 조절된다. Atkinson과 Shiffrin은 기억 저장소로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을 제시하였으나 작업기억이 Baddeley에 의해 소개된 후 단기기억의 특징을 포함한 개념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단기기억은 짧은 기간 동안 정보를 보유하는 저장소이지만 작업기억은 저장 기능뿐 아니라 조작기능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1) 기억 저장소

1) 감각기억

감각기억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 또는 정보를 원래의 형태로 잠시 보존하는 저장고이다. 시각적 정보는 시각적 형태로, 청각적 정보는 청각적 형태로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된다. 감각기억의 용량은 상당히 크지만 즉시 처리되지 않으면 정보는 금세 사라진다. 감각기억에서 정보가 보존되는 시간은 1~4초밖에 되지 않는다.

2) 작업기억

주의와 지각의 과정을 거친 정보는 우리의 기억체계의 두 번째 기억 저장소인 작업기억으로 전달된다. 작업기억은 새로운 정보를 조작하여 저장하거나 행동적인 반응을 하는 곳으로 지금 이 순간 의식적으로 활성화된 기억 저장고이다. 작업기억에서 우리의 기억체계는 새로운 자극과 관련된 지식을 장기기억에서 꺼내어 새로운 자극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저장하거나 자극에 대한 반응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작업기억은 중앙 집행부, 조음 루프, 시공간 스케치판으로 구성된다. 중앙 집행부는 작업기억 내의 작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여러 전략 중에서 정보처리에 적절한 전략을 선택하고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이한다. 조음 루프는 말과 소리에 기초한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하는 공간으로 유지시연을 통해 정보를 파지한다. 시공간 스케치판은 시각적·공간적 정보를 단기적으로 저장하는 곳이다. 조음 루프와 시공간 스케치판은 저장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그동안 연구자들이 단기기억으로 간주했던 부분을 대신 설명해 준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은 정상 아동만큼 효과적으로 언어적·공간적 정보를 시연할 수 있으나 중앙 집행부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고 읽기장애를 가진 아동은 조음 루프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작업기억은 우리의 기억체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기능적 한계를 가진 기억 저장소이다.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는 기억전략을 쓰지 않을 경우 약 10~20초 동안만 유지되고 용량도 7±2개로 제한된다. 따라서 오래 기억되어야 할 정보는 부호화의 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이동되어야 한다. 작업기억에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유지시연이다. 유지시연은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를 변형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되뇌는 과정이다. 이 방법은 학습자가 사실적 정보를 암송할 때 자주 쓴다. 일반적으로 유지시연은 정보가 사용될 때까지만 그 정보를 작업기억에 유지한다. 유지시연을 충분히 하면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이동될 수 있다. 하지만 유지시연은 비효과적인 부호화 전략이다. 왜냐하면 장기기억에서 이 정보는 고립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지시연을 통해서는 정보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없다.

3) 장기기억

작업기억의 정보는 부호화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에 저장된다. 작업기억은 용량과 저장기간에서 기능적 한계가 있지만 장기기억은 용량이 무제한이며 저장기간도 영구적이다. 한편 지금 이 순간 활성화된 기억인 작업기억과 달리 장기기억은 비활성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정보를 인출하려면 저장되었던 정보가 작업기억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장기기억은 일화기억, 의미기억, 절차기억으로 분류된다. 일화기억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의식적 기억을 뜻한다. 의미기억은 사실에 관한 지식으로 어떤 사건과 관련되지는 않는다. 절차기억은 어떤 것을 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운동 기술과 인지기술을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기술을 계속 연습함에 따라 이러한 기억은 더 효율적으로 되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2) 기억 과정

1) 주의

우리는 감각기억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 자극이나 정보에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받은 정보는 감각기억에서 작업기억으로 이동된다. 반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주의받지 못한 대부분의 정보는 소멸한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강력한 정보라도 우리의 기억과정에 들어오지 못한다.

2) 지각

우리의 기억체계는 주의받은 자극을 즉시 처리하기 시작한다. 처리 과정에서 우리는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 경험, 지식, 동기 등의 요인을 토대로 그 자극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과정이 바로 지각이다. 학습에서 정확한 지각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정보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왜곡된 정보가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에 저장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지각이 정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3) 부호화

부호화는 새로운 정보를 장기기억에 표상하는 과정이다.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또는 언어적 상징의 형태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과정이다. 이는 기계적 암기와 달리 새로운 정보를 유의미하게 만들고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와 연결하고 결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보는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이동한다. 만약 정보가 부호화되지 않으면 그 정보는 작업기억에서 사라진다. 부호화는 정교화, 조직화, 심상을 통해 촉진될 수 있다.

4) 인출

인출은 저장된 정보 자체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부호화하기 위해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작업기억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다. 인출 여부는 정보가 부호화된 맥락과 방법의 영향을 받는다. 정보가 저장되었던 맥락과 같은 환경에서는 정보 인출이 쉽지만 저장되었던 맥락과 다른 환경에서는 정보 인출이 어려워진다. 정보가 어떠한 방법 또는 전략으로 장기 기억에 저장되었는지도 인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보는 장기기억에 더 유의미하게, 더 자세하게, 기존 정보와 더 공고하게 연결될수록 인출은 더 쉬워진다.

 

(3) 망각

망각은 이전에 경험하였거나 학습한 것에 대한 기억을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망각은 모든 기억 저장소에서 일어난다. 감각기억에서의 망각의 주요 원인은 정보의 쇠퇴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작업기억에서의 망각의 주요 원인은 쇠퇴와 치환이다. 치환은 작업기억의 용량 한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새로운 정보가 이전의 정보를 밀어내고 대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장기기억은 용량도 무제한이고 저장기간도 제한되어 있지 않으나 저장된 정보의 인출 실패로 망각이 일어난다. 많은 연구자는 망각이 실제로는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인출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어떤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을 할 때 갑자기 말문이 막히면서 혀끝에서만 맴돌 뿐 말로 표현되지 않는 것을 설단현상이라고 한다. 이는 인출 실패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간섭이다. 간섭은 과거에 학습한 지식 또는 최근에 학습한 지식이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의 인출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간섭에는 역행 간섭과 순행 간섭이 있다. 역행 간섭은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정보의 기억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순행 간섭은 기존의 정보가 새로운 정보의 기억을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교사는 비슷한 개념을 함께 가르쳐서는 안 된다. 간섭을 유발하여 학습자가 어떤 것도 학습하지 못하도록 한다. 만약 두 개념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면 두 번째 개념을 가르칠 때는 첫 번째 개념과의 차이점을 먼저 부각하는 것이 좋다. 인출 실패로 인한 장기기억의 망각은 회상과 재인의 개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회상은 어떠한 단서나 도움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기억의 정보를 인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반면 재인은 단서나 도움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장기기억의 정보를 인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회상보다 재인이 쉬우며 사람들은 회상보다 재인을 더 잘한다. 이는 회상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잊힌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망각은 학습 직후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 Ebbinghaus의 망각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내용을 학습한 후 1시간이 지나면 내용의 50% 정도를 망각하고 48시간 후에는 약 70%, 31일 후에는 약 80%를 망각한다. 따라서 망각을 예방하기 위해서 새로운 내용을 학습한 직후에 바로 복습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망각은 또한 학습 중간 상황에서 가장 잘 일어난다. 우리는 학습상황에서 처음과 마지막에 배운 것을 잘 기억하고 중간에 배운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억 패턴을 초두-최신효과 또는 계열위치효과라고 한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할 때 수업 첫 부분에는 새로운 내용 또는 개념을 제시하고 수업이 종료될 시점에는 배운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의 효율성이 가장 떨어지는 중간 시간대에는 연습 또는 토론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4) 초인지

초인지는 사고 과정에 대한 지식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지식이다. 또한 초인지는 기억체계의 과정 전체를 지각하고 통제한다.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시연을 사용할 것인지 혹은 부호화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 나는 어떤 부호화 전략을 잘 활용하는지, 학습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그리고 새로운 학습이 장기기억에 잘 저장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모두 초인지적인 활동이다. 이처럼 초인지는 인지과정 전체를 계획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초인지적인 학습자는 그렇지 않은 학습자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 그 이유는 첫째 초인지적인 학습자는 목표와 동기를 계획하고 통제하고 이끄는 방법을 안다. 둘째 이들은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변형하고, 조직하고, 정교화하고, 재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인지 전략의 사용 방법을 알고 익숙해져 있다. 셋째 주의집중의 중요성을 지각하고 자신에게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한다. 따라서 학생에게 초인지 기술을 가르침으로써 학생의 성취도를 향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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